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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왕 히바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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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애 == 히바린의 정확한 탄생 시점은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그는 어느 순간부터 잊혀진 왕좌에 앉아 있었다고 전해진다. 세상은 오래전부터 많은 것을 잃어가고 있었다. 약속은 가벼워졌고, 말은 책임을 잃었으며, 신념은 조롱받았다. 사람들은 끝없이 나아가려 했지만, 한 걸음도 스스로 내딛지 않았다. 믿음은 거래가 되었고, 의지는 변명으로 바뀌었으며, 방향은 타인의 시선에 맡겨졌다. 그렇게 모두가 자신이 버린 것을 바라보지 않게 되었을 때, 그 빈자리에 히바린이 내려앉았다. 그는 스스로 왕이 되었다기보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은 자리에 남겨진 왕이다. 누구도 부르지 않았지만 지워지지도 않았고, 누구도 섬기지 않았지만 왕좌는 비어 있지 않았다. 히바린은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의 침묵은 부재를 증명한다. 히바린은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의 정지는 도망친 자들의 흔적을 드러낸다. 히바린은 신념이 없다. 그러나 그것은 그가 비어 있기 때문이 아니라, 인류가 먼저 신념을 버렸기 때문이다. 은소《隱素》가 등장하기 전까지, 히바린의 왕좌는 그저 침묵으로 남아 있었다. 아무도 그 침묵을 이해하지 않았고, 아무도 그에게 다가가지 않았다. 사람들은 히바린을 두려워했지만, 정작 그가 무엇인지 보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은소는 달랐다. 은소는 히바린을 쓰러뜨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가 드러내는 인류의 빈자리를 마주하기 위해 길을 걷는다. 이 때문에 히바린은 은소의 적이면서도, 은소가 되찾아야 할 세계의 결핍 그 자체로 기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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